며칠 전 슈퍼에서 빙그레우유들을 이것저것 사두었다. 바나나맛, 라이트, 딸기맛까지 고루 담아왔는데, 그중 바나나우유 라이트를 먼저 꺼내 들었다. 단지 마시는 데 그치지 않고 홈카페 음료로 응용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만들어본 것이 <바나나말차블렌디드>.
따로 꿀이나 시럽을 넣지 않았는데도 충분히 달콤하고, 말차 특유의 쌉싸름함이 잘 어우러졌다. 얼음을 넣어 시원하게 갈아 마시니 한여름 디저트로도 손색없다. 이 조합은 단순한 믹스 이상의 만족감을 주었다.
준비한 재료는 단출하다. 바나나우유 라이트 한 병, 말차가루 약간, 얼음 몇 조각이 전부다. 말차가루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고씨곳간 말차가루를 사용했다. 바닐라시럽이나 꿀을 넣으면 좀 더 부드러운 단맛이 날 수 있겠지만, 이번에는 오로지 바나나우유의 자연스러운 단맛만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예상대로 결과물은 만족스러웠다.
다만, 단맛을 좀 더 강하게 즐기는 사람이라면 꿀 한 스푼을 곁들이는 것도 추천하고 싶다. 꿀의 묵직하고 깊은 단맛이 바나나우유와 말차 사이를 부드럽게 이어주면서 더 풍부한 풍미를 만들어준다. 특히 말차 특유의 씁쓸한 여운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이들에게는 꿀이 좋은 완충재가 되어줄 것이다.
모든 재료를 닌자의 무선 블렌더, ‘닌자 무선블라스트’에 넣고 약 20초 정도 곱게 갈아주었다. 블렌더를 멈추자마자 풍기는 말차의 향이 기분 좋게 다가왔다. 바나나우유의 익숙한 달콤함 위에 은은하게 얹힌 말차 향과 맛. 첫 모금에서 이미 확신이 들었다. 이건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조합이라는 걸.
보통 말차를 넣은 음료는 맛의 밸런스가 어렵다. 너무 쓰거나, 너무 연하거나. 그런데 바나나우유라는 베이스는 그 자체로도 맛의 균형이 잡혀 있어 말차의 쌉쌀한 맛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따로 설탕을 넣지 않아도 입안에서 단맛과 쓴맛이 고루 섞이며 균형을 이루었다.
한 가지 팁이 있다면, 얼음을 넉넉히 넣는 게 좋다. 그래야 시원하고 밀도 높은 질감이 살아난다. 또 한 번 갈아놓은 음료는 빨리 마시는 게 좋다. 시간이 지나면 얼음이 녹으면서 맛이 흐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레시피는 카페에 가기 어려운 날, 혹은 달달한 게 당길 때 딱 알맞은 대안이었다. 과정은 단순하지만 맛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정성 가득한 디저트를 마신 듯한 느낌까지 주었다. 다음엔 여기서 바나나 대신 딸기우유를 넣거나, 말차 대신 카카오를 넣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작은 실험이 만든 큰 만족. 홈카페의 즐거움은 이런 데 있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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