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밥솥 하나로 만든 찹쌀누룽지백숙 | 가족들과 함께한 보양 저녁
며칠째 흐리고 후텁지근한 날씨가 계속되니, 몸이 쉽게 처지는 기분이었다.
그럴 땐 따뜻하고 깊은 국물 한 그릇이면 기운이 조금은 돌아오는 것 같다.
그래서 오랜만에 찹쌀누룽지백숙을 해먹기로 했다.
거창하게 보양식이니 삼계탕이니 할 필요 없이, 전기밥솥 하나면 충분히 맛있고 든든한 한 끼가 완성된다.
백숙이라고 해서 꼭 큰 솥에 오래 끓여야 하는 건 아니다.
간단한 재료와 전기밥솥의 힘만 빌리면, 누구든 집에서도 쉽게 해낼 수 있다.
찹쌀의 구수함과 닭육수의 깊은 맛, 그리고 담백한 고기까지. 별다른 반찬 없이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재료 준비
- 닭 한 마리 (소형, 800g 내외)
- 찹쌀 1컵 (1시간 이상 불림)
- 대추 5~6알
- 통마늘 한 줌
- 대파 1단
- 육수팩 1개
- 물 약 500ml 추가
- 소금 1스푼
만드는 법 (전기밥솥 기준)
- 찹쌀 불리기
찹쌀은 미리 씻어 1시간 이상 불려준다.
충분히 불려야 찹쌀 누룽지가 퍼지지 않고 쫀득하게 잘 익는다. - 닭 손질하기
닭은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은 뒤, 엉덩이와 날개 끝을 잘라낸다.
불필요한 기름과 잡내를 줄이기 위한 과정이다. - 채소 준비
대추는 가볍게 씻고, 대파는 5~7cm 길이로 큼직하게 썰며 마늘은 끝부분만 제거한다. - 재료 넣기
전기밥솥 안에 불린 찹쌀을 먼저 깔고,
밥솥 눈금보다 500ml 더 넉넉하게 물을 붓는다.
소금 1스푼도 이때 함께 넣는다. - 재료 올리기
찹쌀 위에 통마늘과 대추, 썬 대파를 순서대로 얹고
그 위에 손질한 닭을 올려준다. - 육수팩 추가
마지막으로 육수팩 하나를 통째로 넣는다.
없으면 생략 가능하지만, 있으면 훨씬 깊은 맛이 난다. - 취사 버튼 누르기
전기밥솥의 ‘누룽지 모드’ 또는 ‘만능찜’을 선택해 취사 버튼을 눌러준다.
기종에 따라 40~50분이면 완성된다.
만약 밥솥을 열었을 때 누룽지가 아직 덜 되었거나 국물이 많다면, 한 번 더 취사 버튼을 눌러 한 사이클을 추가해준다.
그럼 훨씬 더 진하고 구수한 누룽지백숙이 완성된다.
식탁에 둘러앉아 먹는 따뜻한 저녁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백숙을 식탁 가운데 두고, 그릇마다 국물을 퍼 담고 누룽지를 살짝 풀었다.
닭고기는 찢지 않아도 될 만큼 부드러웠고, 마늘은 푹 익어 고소했다.
가족들은 "맛있다", "따뜻해서 좋다"는 말을 연달아 했다.
나는 백숙 한 숟갈을 입에 넣고, 시원한 막걸리 한 잔을 살짝 곁들였다.
(막걸리는 요리할 때 넣은 게 아니라, 식사할 때 같이 마신 거다.)
고소한 국물과 은은한 누룽지 향, 그리고 막걸리의 구수함이 잘 어울렸다.
정성보다 마음을 담은 한 끼
누군가 백숙은 정성의 음식이라고 했지만, 이날은 전기밥솥이 정성을 대신해줬다.
그 덕분에 나는 지치지 않았고, 남은 힘으로 식탁을 정리하고, 가족들과 따뜻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요리가 힘들게 느껴질 때, 가끔은 도구의 도움을 빌려도 좋다.
전기밥솥 하나로 만든 찹쌀누룽지백숙은 생각보다 훨씬 간단하고, 생각보다 훨씬 따뜻한 저녁을 안겨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