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4월 18일, 바람이 제법 차가웠던 초봄에 엄마와 아빠, 그리고 나.
가볍게 바다 바람이나 쐬자며 떠난 여행은 생각보다 많은 기억을 남겨주었다.
춘장대해수욕장, 하얀 풍차와 바다
서천에 위치한 춘장대해수욕장은 한적하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인상적인 해변이었다.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하얀 풍차였다.

"풍차가 있는 바닷가라니, 유럽 분위기 나는데?" 엄마가 그렇게 말하며 사진을 찍으셨고, 나는 모래사장을 따라 바람을 맞으며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쌀쌀한 바람이 코끝을 스쳤지만, 묘하게 마음은 따뜻해졌고, 바다는 묵묵히 우리 셋을 바라보고 있었다.
장항송림산림욕장, 걷기만 해도 마음이 쉬는 곳
춘장대에서 차로 몇 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장항송림산림욕장은 그야말로 걷기 좋은 곳이었다.

길게 뻗은 소나무 숲길이 쭉 이어져 있었고, 그 사이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이 참 따뜻했다.
산책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말이 줄어들고, 자연스레 나무와 하늘에 눈이 간다.


엄마는 조용히 손을 모은 채 걷고 있었고, 아빠는 나무를 톡톡 두드리며 사진을 찍었다.
그때 찍은 가족 사진에는 우리가 웃고 있지도, 대단한 포즈를 취하지도 않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평범함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군산 국제반점 "타짜 짬뽕 한 그릇"
서천에서 나와 목적 없이 달리다 보니 어느새 군산에 도착하게 되었다.
딱히 정해둔 계획은 없었지만 아빠가 "국제반점이나 가볼까?" 하고 말하셨고
엄마와 나는 그 말에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국제반점은 영화 타짜에서 나온 짬뽕집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미 꽤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고,
기다림 끝에 받은 짬뽕 한 그릇은 기대 이상으로 진하고, 뜨겁고, 불맛 가득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짬뽕을 한입 먹고 엄마와 마주친 눈빛에서 동시에 “맛있다!”는 감탄이 터져 나왔던 순간이 지금도 생생하다.
지금은 사라진 군산 수목원 카페
짬뽕으로 든든히 배를 채운 후
우리는 빈티지하고 오래된 감성들이 느껴지는 군산 수목원 카페에 들렀다.


조용한 음악과 따뜻한 커피가 그날의 쌀쌀했던 공기를 녹여주었다.

지금 검색해보니 그 카페는 어느새 문을 닫은 모양이다.
하지만 기억은 여전히 선명하게 남아 있다.

창가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던 엄마의 옆모습,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미소 짓던 아빠,
그 순간을 담은 사진은 지금도 내 폴더 속에서 조용히 반짝이고 있다.
그리고 남은 마음
밤이 깊어지고 나서야 우리는 집으로 향할 준비를 마쳤다.
출발 전, 근처 주유소에 잠깐 들렀다.

기름 냄새와 은은한 불빛이 가득한 공간 속에서 엄마 아빠는 나란히 앉아 있었고 나는 조용히 주유기를 들었다.
그 순간이 왠지 모르게 어른이 된 기분이었다.
주유를 마치고, 라디오에서는 낮에 들었던 노래가 다시 흘러나왔다.
춘장대해수욕장에서의 바람, 송림 숲길에서의 향기, 국제반점에서의 짬뽕 한 그릇, 그리고 사라진 수목원 카페의 기억까지.
모든 장면이 조용한 귀가길을 따라 천천히 마음속으로 되감기듯 스쳤다.
엄마는 창밖을, 아빠는 졸음을 견디고, 나는 두 사람을 싣고 조용히 달렸다.
운전은 피곤했지만 누군가의 기억을 따뜻하게 실어 나르는 일이라면 기꺼이 또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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